아버지의 삶을 그린 소설을 쓰면서 자신이 제일교포 3세임을 알게 된 스물 살 이후, 평생을 뿌리 찾기에 몰두했던 사기사와 메구무. 이 책은 그녀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펴낸 소설집으로 가족을 다룬 연작 두 편이 수록되어 있다.

<와타나베 다케시의 웰컴 홈>은 애 딸린 홀아비 친구네 집에서 주부 역할을 맡고 있는 이혼남이 주인공으로, 남자임에도 여자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겪는 '정신적인 고뇌'를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다. <고지마 리쓰코의 웰컴 홈>은 전업주부가 아니라는 이유로 평범한 가정을 꾸리지 못하는 '증권업계의 수완가'가 주인공이다. 이 작품에서 저자는 '여자는 결혼하면 집안에 들어앉아야 한다'는 구세대와의 의식차이에서 오는 현실적인 갈등을 담아내고 있다.

작가는 담담한 글줄 사이로 언뜻언뜻 수줍은 듯한 유머를 더해 주인공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그로 인한 긴장감, 거기서 은근하게 느껴지는 아이러니를 통해 자신의 테마를 쿨하게 표현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