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박현욱식 연애담!

<아내가 결혼했다>의 작가 박현욱의 첫 소설집『그 여자의 침대』. 2001년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동정 없는 세상>과 2006년 세계문학상 수상작 <아내가 결혼했다>로 사랑을 받아온 작가가 그동안 여러 문예지에 발표한 여덟 편의 단편들을 모았다. 무거움과 가벼움을 적절히 뒤섞어 재미와 흡인력을 갖춘 특유의 '박현욱식 연애담'을 만날 수 있다.

<그 여자의 침대>에서 여자는 애인을 위해서 낡은 철제 침대를 버리고 더블침대를 구입하지만, 새로운 '이인용' 침대가 만든 여분의 공간은 그녀의 세계를 낯설게 만든다. <벽>에서 '나'는 카페에서 K와 마주앉아 있지만, K의 말에는 아랑곳없이 혼자 떠들어댄다. <생명의 전화>에서 '나'는 출근길에 몸이 허공에 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채팅사이트에서 만난 여자는 그에게 마음이 허하면 그렇게 되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작품들에 등장하는 남녀간의 애정관계는 달콤한 연애 대신, 어긋나거나 균열을 보이는 불안한 구도에서 출발한다. 인물들은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타인과 거리를 두지만, 타인과 어긋남이라는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완전히 단절될 수는 없다. 작가는 이러한 냉소적인 시선을 통해 인간의 근본적인 행복의 조건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