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지붕 삼고 땅을 베개 삼아 천하를 부평초(浮萍草)처럼 떠돌지만 조금도 외롭지 않은 인간이 있다. 그에게 어디에서 왔느냐고 묻는다면, ＂이쪽.＂ 어디로 가느냐고 물으면, ＂저쪽.＂ 이렇게 대답하는 인간, 그는 바로 그런 인간이었다. 언뜻 보기에 그는 목적없이 떠도는 일개 방랑자(放浪者)일 뿐이었다. 대륙구만 리(大陸九萬里)를 일정한 거처도 없이 떠도는 나그네. 그는 그런 작자였다. 대체로 남자들에게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황금(黃金)과 권력(權力), 여색(女色)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어느 사내 치고 이 세 가지 욕망을 마다할 자가 있을까? 있다면 그는 승려(僧侶)이거나 도사(道士), 그도 아니면 필시 얼간이에 다름아닐 것이다. 다만 사람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그 순위가 다를 뿐이리라. 그러나 그는 예외였다. 그에게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그는 서슴없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첫째도 술(酒), 둘째도 술, 셋째도 술이오.＂ 술이란 신비한 존재다. 또한 그 역사(歷史)는 장구하기만 하다. 일설에 의하면 요순시대(堯舜時代)때부터 술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도 한다. 황제(皇帝) 순(舜)은 원숭이가 담구었다는 후아주( 兒酒:원숭이가 먹기 위해 저장해 둔 과일이 저절로 발효된 것)를 마셔보고는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아 매일같이 술독에 빠져있다시피 했다. 그러다보니 정사(政事)를 돌볼 틈이 없었음은 물론이거니와 매사가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후에 가까스로 술독에서 빠져나온 순은 이렇게 말했다. ＂술이란 놈은 천하의 요물(妖物)이다. 사람을 망치게 할 뿐 아니라 나가서는 나라를 망치게도 한다.＂ 이후 그는 즐기던 후아주는 물론 술이란 술은 요물로 치부하며 멀리했다. 물론 이것은 술의 나쁜 점만을 말한 하나의 편향적인 시각일 것이다. 장구한 역사를 더듬어 보면 술로 인해 나라를 망친 임금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술로 인해 천하를 얻은 자들도 있다. 예로부터 영웅호걸들은 천지신명(天地神明)께 술을 바친 후 함께 나누어 마시며 혈맹(血盟)을 언약하지 않았던가. 어쨌든 술은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희노애락(喜怒哀樂)을 함께 해온 음식인 것이다. 적당히 즐기면 약(藥)이요, 과하면 독(毒)이 되는 술. 그런 술을 물처럼 마시며 밥대신 상음(常飮)하는 인간. 자나깨나 술병을 입에서 떼지 않는 인간이 있었다.

제품명	건곤일척(완)
판매가격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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