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작가 유미리의 '연애 소설'로 일본에서 크게 화제가 되었던 작품.

작가 자신을 연상시키는 이 소설의 1인칭 화자는 어느날 포르노 소설을 써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는다.

'작가인 이상 언젠가 한 번쯤은 남성을 정면에서 깊이 파고든 소설을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눈, 귀, 손톱, 엉덩이 등 신체 부위 18개를 각 장의 주제로 하고 있는 이 소설은, 소설을 쓰는 1인칭 화자의 이야기와 그가 쓰는 포르노 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화자는 소설을 써내려가면서 이런 인물은 어떨까, 다음 사건은 어떤 것으로 할까 이리저리 구상한다.

성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체험을 떠올려보기도 하면서. 그리고 결국 작품을 완성하는 데 실패한다.

'작품에서 남자를 그리려면 신화적인 존재로 등장시킬 생각이었'으나, 그녀가 '현실 속에서 만나는 사람은, 좀스럽고 믿음직스럽지 못한 육체와 정신을 가진 남자들이었'기 때문이고, '그 남자에 대한 환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언젠가 보았던 '니게미즈(신기루의 일종)'를 떠올린다.

작가의 개인적인 체험이 녹아 있는 작품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은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성 담론의 경계와 맞닿아 있다. 특히 여성의 시각에서 남성의 신체와 인간의 성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는 점, 작가가 오랫동안 천착해 온 '가족'이라는 주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고 있다는 점 등에서 이 작품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