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남들이 말하는 부적절한 관계에 빠져들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 다가가는 그 걸음은 처음부터 멈출 수 없었다.
“사랑한다.”
그의 숨결이 따뜻하게 그녀의 가슴에 내려앉았다. 사랑한다. 그의 목소리가 그녀의 가슴 가득히 안착했다. 사랑한다. 그것으로 족했다. 세상에 살아 있다는 것이 처음으로 행운으로 여겨질 만큼.
그의 가슴에 그녀가 새겨졌다. 깊이,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아릿하게. 메마른 가슴에 쏟아지는 울음을 막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 더 슬플 일이 있겠어요? 더 이상?’
이것으로 족했다. 가슴에 품고 갈 사람마저 없었다면 얼마나 쓸쓸했을까. 그것으로 족했다. 그 또한 처음으로 아직 살아 있는 것이 행운으로 여겨질 만큼.
이제까지의 인생은 어쩌면 그에게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을 걷고 있는 것과 같았다. 그런 그에게 빛이 다가왔다. 처음으로 죽음과도 같은 평온을 깨뜨리게 만들었고 살아 있는 것이 행복하다고 알려준 빛. 이제 그는 그 빛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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