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감 있는 문체와 폐부를 찌르는 에피그램, 의뭉스러운 유머와 해학적인 풍자로 가득 찬 은희경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사랑과 삶에 관한 한 어떠한 환상도 용납하지 않는 저자의 날카로운 필치가 번뜩인다.

중/단편 7편을 묶은 소설집의 표제작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에서는 근친상간의 문제를, 「명백히 부도덕한 사랑」에서는 고전적인 불륜이라는 소재로 '결혼'이라는 제도에 의문을 표시한다.

표제작은 이룰 수 없는 사랑, 혹은 결혼제도에 대한 허무감이 엿보인다.

사랑하던 두 사람이 한 장의 사진으로 인해 배다른 남매임을 알고 보이는 태도는 남녀 각기 상이하다.

자살하는 남자는 근친상간에 대한 우리 사회의 통상적인 생각을 드러내나 그를 사랑하는 여성화자는 그런 사회적 통념에 굴하지 않고 남자가 죽은 후에도 그에 대한 사랑을 다짐한다.

이것은 결혼, 가족제도에 대한 작가의 태도를 엿볼 수 있게 한다.

한 사람의 생에 대한 해석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다양한 사랑의 이야기를 통해 들려주는 여성작가의 소설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