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거두어내는 달빛처럼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서서히, 하지만 환한 빛으로 타오른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끔찍한 어린 시절을 보낸 케이트는 누구에게도 쉽사리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는 신비로운 힘을 지닌 발렌타인 세인트 리거 외에는.

하지만 그는 가문의 전설에 매어 그녀를 그저 동생으로만 대한다.

스스로 결혼할 수 없는 운명임을 알기에, 그 운명을 거스르면 사랑하는 여인에게 저주가 내릴 것임을 알기에.

하지만 케이트는 그 운명을 바꾸기 위해 사랑의 묘약을 찾아 리거 성의 금지된 방에 숨어든 뒤 오래된 마법의 책을 훔쳐낸다.

그리고 선량한 영혼과 사악한 영혼이 이승에서 뒤섞인다는 만성절 전야, 그녀는 고대의 비석 앞에 모닥불을 피우고 마법의 주문을 외운다.

하지만 그 주문의 결과는 엉뚱한 방향으로 뒤틀려 나타나는데......

불신의 밤을 씻어내는 깊은 사랑이 순백의 투명한 희망으로 솟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