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집은 1998년 여름부터 2000년 가을까지 씌어진 여덟 편의 중단편 소설들로 구성되어 있다.

표제작인 '향기로운 우물 이야기'는 평화롭던 시골 마을에 골프장 건설이 시작되면서 개발이 시작되고 그 와중에서 벌어지는 주민들 간의 소외와 갈등양상, 그리고 그에 당당히 맞서는 여주인공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세상의 바깥'에서는 뜻밖의 사고로 한순간에 남의 육체로 빨려들어간 한 영혼을 화자로 상류사회의 위악적인 면을 파헤치고 있고 '가라앉는 불빛'에서는 신창원 탈주사건과 오버랩되어 실직한 중년 남성의 시선을 통해 존재의 근원을 찾는 현대인의 심리를 담고 있다.

'그해 가장 길었던 하루' 와 '손님'은 지은이가 집필중인 연작소설 '들길'의 일부로 각각 들길 1부, 2부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이 소설들에서는 우리말의 맛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고 일제시대의 한 농촌을 배경으로 가난하지만 정겹게 때로는 그악스럽게 살아가는 당대인의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예술가로서의 자기탐구가 그로테스크하게 펼쳐지는 '별똥별', 가정의 주도권을 쥔 음악강사 아내와 되바라진 딸, 건조한 원조교제 상대의 여종업원 등의 수다로 표현되는 갖가지 소음에 시달리는 무기력한 중년남자의 절규를 그린 '소음', 우대산이란 기이한 인물을 통해 인간의 진정과 가식의 경계를 탐구하는 '내 기타는 죄가 많아요, 어머니' 등이 함께 실려 있다.